2022-08-22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 전체를 뒤흔들만큼 큰 변혁을 불러 일으켰는데요. 일상 생활에서 근무 환경까지 삶의 전반적인 면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가장 뚜렷한 예로는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가 활발해지면서 기존에는 잘 시행되지 않던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확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하고 있는 여러 기업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4일 근무제란, 표준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주 32시간으로 줄여 주 4일 근무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 4일 근무제]
하루 8시간 x 5일 = 40시간 → 하루 8시간 x 4일 = 32시간
주당 32시간 근무처럼 보이지만 산업, 직종, 업종, 기업의 목표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주 35시간, 주 32시간, 주 28시간 등 근로시간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즉, 하루 평균 근로를 정해진 8시간이 아니라 6시간 또는 7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해 변화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한국은 현재 근로기준법(제50조)에 따라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 외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무를 포함해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관계 법령 : 근로기준법]
제 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 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 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2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9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이 일하는 국가(한국 노동시간 1,967시간/2019년)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덴마크(1,380시간)와 비교하면 매년 73.4일(587시간/8시간 = 1일 근로시간)이나 더 일하는 셈입니다.
현실은 이렇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근로형태가 다변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코로나 이후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생산성에 집중하는 심층 근로 방식의 경쟁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2년여 간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난 기업들은 속속들이 주4일제 근무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초, 영국 기업들은 주 4일제에 대한 대대적인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실험은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비영리단체 포데이 위크 글로벌(4 Day Week Global),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보스턴대학교 연구진이 함께 기획했고 70여 기업과 3,3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6개월간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80:100:100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실험으로 이를 풀이하면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80%로 줄이되 생산성과 임금은 100%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줄어든 업무 시간으로 불필요한 회의를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조 오코너, 포데이 위크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대유행에서 벗어나면 점점 더 많은 기업이 경쟁의 새로운 지평을 삶의 질로 인식하고 있다”며 “시간 단축, 생산량 위주의 노동이 경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줄리엣 쇼어, 보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이번 실험의 수석연구원은 이를 ‘역사적인 실험’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직원들이 스트레스와 피로, 직업과 삶의 만족도, 건강, 수면, 에너지사용, 여행 그리고 다른 삶의 많은 측면에서 추가 휴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실험에는 피시 앤 칩스와 같은 소규모 레스토랑에서부터 채리티 은행 등 다양한 규모의 회사가 참여했습니다. 8월에는 호주와 네덜란드, 10월에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주 4일제 실험이 이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벨기에는 2월에 주 4일 근무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수정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4월에 5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일부 주 4일제를 운영중인 국가들의 경우, 운영 현황은 어떻게 될까요? 아이슬란드는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 정부 주도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약 5년 동안 노동자 2,5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이 실험이 종료됐고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의 약 1%에 이르는 근로자가 참여해 기존 급여에서 감봉없이 순수하게 근무 시간만을 단축하는 주4일 근무제를 실행했습니다. 유치원 교사에서부터 회사원, 사회 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대거 참여했는데요.
실험에 참가한 대다수의 근로자가 기존 주 40시간 근무에서 35시간 내지 36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단축됐고 근무 시 동반되는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증후군의 호소 비율도 줄었으며 워라밸의 수준이 개선되는 효과를 도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고 취미와 집안일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며 이는 업무 생산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업무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이고 이번 실험을 토대로 아이슬란드 노동 인력의 86%가 같은 임금을 받고 더 적은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 것을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실험은 스페인과 뉴질랜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며 스페인은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 중에 있고 뉴질랜드 기업 유니레버는 급여를 삭감하지 않고 근무 시간을 20% 단축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영국의 주 4일제, ‘80대 100대 100’ 모델 실험은 올해 말 스페인과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원하는 실험이 함께 실행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2019년 11월, ‘워크 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2019 섬머’라는 업무개혁 프로그램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진행했고 92%의 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매출이 거의 40%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대기업 중심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재택근무와 근무일수 단축을 장려해왔고 코로나 이후 선택적 주 3일 휴일이 가속화되면서 전자업체 히타치는 직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도입, 2023년 3월 안에 노동 시간을 자신의 근무일에 맞춰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휴넷, 금성출판사, 에듀윌, 커피전문기업 (주)더드립 외 다수의 벤처, 정보기술(IT), 게임 업계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7월, 격주 주 4일제를 도입했고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도 올해부터 주 32시간제를 채택했습니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는 주 4.5일제를, 카페24는 매달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도 월 2회 주 4일제를 운영하는 등 국내 다수의 기업이 주 4일제 근무를 위한 시도에 들어갔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주 4일제(주 32시간)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1년간 3개 병동에서 병동당 5인 내외를 근로 구성원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4시간 운영 돼야 하는 병동은 통상 3교대(데이-이브닝-나이트)로 교대근무가 이루어지는데, 실질적으로 출퇴근 시간 앞 뒤로 인수인계 시간이 소요되어 다양한 초과 근무가 발생합니다. 간호사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0.6시간으로 나이트 근무는 일평균 13.1시간, 기본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이었습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사실상 3교대제를 폐지했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간호 및 병원직군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과 과도한 업무 집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내에서는 높은 임금보다 워라밸의 가치 추구를 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해 주 4일제에 나선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평생교육기업 휴넷은 7월부터 매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주 4일제를 전면 도입했습니다. 2019년 말 주 4.5일제를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시범적인 주 4일제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6월 에듀윌은 교육업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했으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중 원하는 날 하루를 선택해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성출판사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했고 본사 임직원 모두 매주 금요일이면 오전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합니다. SK텔레콤은 매달 한 번 실시하던 ‘해피 프라이데이(금요일 오프 근무 제도)’를 두 번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주5일제 근무는 1988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후 5년이 지난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에 걸쳐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주 5일제가 확대되던 2006년에서 2011년 사이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이 휴일로 지정되면서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지만 이제는 ‘토요일=쉬는 날’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주 5일제도 당연한 것은 아니었고 토요일 8시간을 꼬박 채워 일해도 야근과 휴일 근무가 잦았던 주 48시간 근무 형태는 36년이 지나서야 토요일 오전 근무(주 44시간)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 및 원격 근무가 활발해지고 한시적인 주 4일제 근무가 시행되면서 4일 근무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략으로 주 4일제가 대두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게 되었으며, 정치권에서는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주 5일제 법제화 이후 19년 만에 재부상한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크겠지만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돼 주 4일제 근무 트렌드의 도입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시로 바뀌는 근로 제도에 맞게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근태관리, 인력관리 시스템을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